“대한민국 대표 인공지능 기업 목표”
2017.02.03본문
[아시아타임즈=전규식 기자] “지금은 스타트업 단계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인공지능(AI) 기업으로 성장해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게 우리 목표에요. 그래서 직원들도 글로벌 인재들로 뽑고 있지요.”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우리은행 영등포 중앙금융센터 2층 위비핀테크랩에서 만난 장혜리(34) 에이젠글로벌(AIZEN Global) 마케팅 총괄이사는 ‘글로벌’을 강조했다. 장 이사는 에이젠의 핵심 인력은 “세계 최대 글로벌 금융그룹과 국내 대기업에서 모인 인재들”이라고 말했다.
에이젠은 빅데이터 분석 및 머신 러닝·딥 러닝 등을 토대로 개인 행동양식과 소비심리를 파악해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는 AI 기술을 갖췄다. 현재 우리은행과 손잡고 연체율 예측 대출상품 등을 개발 중이다.
AI라고 하면 지난해 프로바둑기사 이세돌 9단을 이긴 구글 알파고(AlphaGo)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에이젠의 AI 기술은 구글 자회사 딥마인드(Deepmind)에서 개발한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비롯한 세계적인 바둑 고수들을 꺾을 수 있었던 건 자체적으로 학습할 수 있게 하는 머신 러닝과 학습한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결과물을 창출해내는 딥 러닝을 통해 가능했다. 알파고는 이 기술을 바탕으로 바둑고수들의 기보를 학습하며 바둑판에서 자신만의 수를 만들었다.
에이젠의 AI는 머신 러닝과 딥 러닝 기술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알파고와 닮았다. 하지만 알파고가 바둑 고수들과의 승부에서 이기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됐다면 에이젠의 AI는 소비자와 상품을 좀 더 긴밀히 연결시키는 것으로 목표로 한다는 차이가 있다.
장혜리 에이젠 마케팅 총괄 이사는 에이젠의 AI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요구하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의 행동을 파악한 뒤 연체, 조기상환 등의 확률을 수치로 산출하죠. 금융사는 그 수치를 근거로 위험 요소를 관리하거나 소비자 맞춤형 상품을 개발하거나 홍보 전략을 쓸 수 있어요.”
에이젠이란 이름은 AI와 ‘최상’ ‘절정’이란 뜻의 영어 제니스(zenith)을 합해 지었다. AI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야심이 느껴지는 이름이다. 장 이사도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실제로 에이젠은 현재 국내를 넘어 일본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국내에서 우리금융그룹이 핀테크 스타트업을 키우기 위해 만든 위비핀테크랩에 입주했듯이, 일본 핀테크의 중심으로 꼽히는 피노랩(FINOLAB)입주 기업으로 선정된 것.
“그쪽에서 우리 로고를 보고 감탄했던 것이 기억에 남아요. 관계자들이 ‘스고이(대단하다)’를 연발해 왠지 모르게 우쭐해지기도 했죠.”
장 이사에 따르면, 에이젠이 큰 포부를 품고서 사업을 시작한 건 강정석 대표가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밟으며 AI를 접한 게 계기가 됐다. 당시 강 대표가 접한 AI는 사람을 대신해서 통계 자료를 분석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AI를 통해 미래를 발견한 강 대표는 지난해 2월 에이젠 법인을 설립하고, 카이스트와 연계된 카이트창업재단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정부 주도 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팁스(TIPS)’ 지원 기업으로도 선정됐다.
스스로 학습하는 AI를 개발하려면 많은 투자비가 필요하지 않을까 궁금했다. 장 이사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빅데이터가 문제라고 했다.
“영상이나 사진 파일과 달리 정형화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운영돼 시스템에 부담이 적어요. 그래서 굳이 슈퍼컴퓨터가 아닌 일반 가정용 컴퓨터로도 구동이 가능하죠. 우리는 기기의 성능 향상보다 더 많은 정보를 쌓는 데에 집중하고 있어요. 정보가 많아질수록 알고리즘을 통해 소비성향을 더 정교하게 파악할 수 있으니까요.”
알고리즘은 프로그램 운영의 핵심이 되는 공식을 가리킨다. 알고리즘의 효율에 따라 AI의 성능도 달라질 수 있기에 에이젠은 보다 효율적인 알고리즘 개발을 위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서울대, 카이스트와 제휴해 더 나은 알고리즘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에 힘을 쏟고 있어요. 알고리즘이 발전할수록 AI의 성능도 그만큼 발전하니까요”
AI 연구를 에이젠이 처음 시작한 건 아니다. 하지만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는 빅데이터 분석은 미국이나 일본보다 앞서 있다고 자신한다. 미국 IBM도 상용화를 못해 에이젠을 벤치마킹할 정도라고 한다.
장 이사는 에이젠이 이렇게 AI 기반 서비스에서의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금융시장을 공략하는 데 만족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에이젠은 향후 통신, 유통 쪽으로도 AI 기반 서비스를 제공해 업체와 소비자가 보다 가깝게 연결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핵심은 고객의 구매 성향을 파악해 알려주는 거예요. 통신 쪽에서는 고객의 이탈 요인을 분석하고 유통업에서는 개인의 상품 선호도 등을 분석할 수 있죠. 일본 통신사인 KDDI의 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 개발도 추진하고 있어요.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도 스타트업이 성장하려면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삼성카드에서 10년간 디지털 마케팅 업무를 맡았던 장 이사는 지난해 5월 에이젠에 합류한 뒤부터 매일 다이내믹했을 정도라고 했다.
“아무래도 대기업에서 일하는 것과는 다를 수밖에 없어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려 하니까 매번 새로운 일에 도전하면서 배워야 하죠. 힘들긴 하지만 그만큼 흥미로운 것도 사실이에요.”
자신만의 기획을 가지고서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는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장 이사는 이런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와중에 어려움에 맞닥뜨리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활로를 열기 위한 노력을 계속 이어갈 수 있어야 해요. 본인이 맡은 분야에서 전문가보다 더 구체적인 지식과 앞서 있는 실력을 겸비한다면 분명 더 나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거예요.”
전규식 기자 cardi_avat@asiatime.co.kr
[출처] 아시아타임즈: http://www.asiatime.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4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