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키워낸 핀테크, 세계시장 노린다
2018.11.29본문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세기의짝꿍]<2>-①’AI 솔루션’ 핀테크 에이젠글로벌 “비전은 ‘금융업 핵심 부품회사'”]
#작년 시가총액 1조위안(약 163조원)을 넘어선 중국 핑안보험그룹은 세계에서 시총이 가장 큰 보험사로 통한다. 1988년 선전에서 중국 최초 민영보험사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중국 3대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성장 배경은 여럿이지만 ‘핀테크’ 육성도 하나로 꼽힌다. 마밍저 핑안보험 회장은 2013년 신년사에서 ‘과학기술로 금융을 리드한다’는 이념을 제창했고, 자회사인 핑안테크(平安科技)를 설립해 빅데이터·인공지능·클라우드 등 금융혁신기술 개발에 몰두했다. 지난해 독자 상장한 핑안테크의 시총은 약 370억위안(약 6조원)에 달한다.
#강정석 에이젠글로벌(AIZEN Global) 대표는 27일 “‘우리은행의 핑안테크’가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에이젠글로벌은 우리은행의 유망 핀테크기업 발굴·육성 플랫폼인 ‘위비핀테크랩’ 1기 기업이며, 올해는 우리은행의 직접투자를 받은 혁신기업 중 한 곳이다. 현재 진행 중인 우리은행·우리카드와의 신용대출 AI(인공지능) 솔루션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글로벌 최고 수준의 AI 금융 솔루션 기업”을 만드는 게 강 대표의 목표다.
에이젠글로벌은 금융권 전문가들과 IT(정보기술) 전문가들이 한데 모여 2016년 2월 창업했다. 강 대표는 씨티그룹에 몸 담은 경험이 있고, 다른 창업 멤버들도 국내외 금융회사 또는 IT기업에 일한 경력을 갖고 있다. 강 대표를 비롯한 에이젠글로벌 멤버들이 편안한 직장을 뛰쳐나와 핀테크 창업을 결정한 것은 ‘핵심보다는 사소한 일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금융업을 바꾸겠다’는 의지의 결과였다.
◇”에이젠글로벌 비전은 ‘금융업 핵심 부품회사'”=강 대표는 “금융업을 효율화할 수 있는 ‘핵심 부품회사’가 에이젠글로벌의 비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에이젠글로벌은 금융사 빅데이터를 활용한 AI(인공지능) 딥러닝 기술로 신용분석, 리스크 예측, 상품개발, 포트폴리오 관리, 디지털 마케팅 등 금융업 전반에 걸친 작업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마치 자동차의 핵심 부품처럼, 이 솔루션을 각 금융회사의 IT 시스템에 끼워 넣으면 업무·비용 효율화가 가능해진다는 구상이다.
강 대표는 “과거 한국 제조업이 부품 조립 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했던 것처럼, 금융업에서도 날이 갈수록 IT시스템의 중요성이 커져가는 만큼 에이젠글로벌의 AI 솔루션이 개별 금융회사마다 반드시 필요한 핵심 부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이젠글로벌의 AI 솔루션 개발에는 우리은행의 뒷받침이 필수적이었다. AI 솔루션을 개발했더라도 실제 금융회사에서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을지, 금융업 업무 현장에서 어떤 효과로 이어지는지 검증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혁신 핀테크 기업에 ‘운동장’ 내어 준 우리은행=2016년 8월 문을 연 우리은행의 위비핀테크랩은 에이젠글로벌에게 ‘맘껏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과 같았다. 위비핀테크랩 1기로 선정돼 사무공간과 창업 멘토링, 네트워크 기회 등을 제공받았다.
또 작년 12월부터는 우리은행의 여신상품을 대상으로 분석 및 전략 제시를 맡는 AI 솔루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우리은행이 축적한 금융 데이터를 바탕으로 에이젠글로벌 AI 솔루션의 고도화는 물론 적용 사례를 만들 수 있게 된 셈이다. 머지 않아 에이젠글로벌의 금융 솔루션으로 신용평가 및 심사를 마친 신용대출 상품이 출시될 수 있다.
또 우리은행은 혁신성장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공모를 거쳐 에이젠글로벌을 포함한 12개 기업에 각각 10억원씩을 직접 투자했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은 에이젠글로벌의 지분 6.3%를 보유한 주요 주주가 됐다. 강 대표는 “우리은행이 에이젠글로벌을 비롯한 국내 핀테크 기업들을 지원하면서 금융권의 핀테크 생태계를 새롭게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금융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있는 우리은행은 향후 비은행 계열사 등을 늘리면서 그룹의 IT 인프라를 새롭게 구축할 수 있는 만큼, 유망 핀테크 스타트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경쟁 금융그룹 대비 IT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유리한 조건에 놓여 있다. 가까운 미래 강 대표가 언급한 ‘핑안보험그룹 내 핑안테크’ 사례가 ‘우리은행 내 에이젠글로벌’로 재현될 수 있는 셈이다.
◇우리은행이 키워낸 핀테크, 세계시장 노린다= 에이젠글로벌의 솔루션은 세계 시장에서도 혁신성을 인정받고 있다. 올해는 홍콩 스탠다드차타드(SC)의 액셀러레이터(창업지원) 프로그램 ‘슈퍼차저’ 탑10 기업에 선정되고 영국 RBS그룹의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또 글로벌 IT 리서치 기관인 가트너의 보고서에서 ‘인공지능 핀테크 부문 벤더’로 등재됐다.
애초부터 에이젠글로벌의 목표는 글로벌 시장이었다. 우리은행이 드리운 그늘 아래서 개발해 낸 AI 솔루션을 세계 곳곳의 금융회사에 판매한다는 게 궁극적인 사업 비전이다. 실제로 동남아, 몽골, 일본 등의 몇몇 금융회사들과 AI 금융 솔루션 도입 관련 실무 협의를 진행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금융업도 수출산업이 될 수 있다”는 강 대표의 주장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는 “금융회사로 해외에 진출하려면 해당 국가의 높은 인·허가 장벽을 넘는 게 가장 어렵지만, AI 솔루션을 해외 금융회사에 판매하는 것은 전혀 무리가 없다”면서 “한국 금융산업의 해외 진출에 대한 기존 개념을 완전히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머니투데이